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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정신상담자 64.5%, 불안·우울…3.5%, 극단적 선택 생각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정신건강 상담 593건 분석

입력 2021년01월27일 12시49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사람들이 많이 있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숨을 쉬기가 어렵고, 숨이 멈춰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이 들어요.”

 

출퇴근으로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김연정씨(수원시 권선구·가명·33)는 코로나19 이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필수화되는 등 생활의 많은 변화를 경험하면서 불안과 공포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마스크를 벗을 순 없으니 어느 순간부터 머리카락을 뽑으며 불안감을 해소하고 있다는 김씨. 마스크를 쓴 뒤로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힘들어졌지만 병원에 가기가 꺼려졌던 김 씨는 비대면 상담이 가능한 정신건강위기상담을 통해서야 이런 사정을 털어놓았다.

 

박창수씨(용인시 기흥구·가명·42)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직장에서 해고됐다. 아내와는 10년 전 이혼했고, 초등학생 자녀 2명도 코로나로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있다 보니 식비도 많이 들고 살 길이 막막하기만 했다. 박 씨는 여러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보았으나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듯 정신건강위기상담에 전화해 “삶을 끝내고 싶다”고 했던 그는 전문상담원과의 상담 후 다시 한 번 살아보겠다고 다짐했다.


 

경기도가 정신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민을 위해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를 24시간 가동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관련 상담자의 64.5%가 불안과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5%는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취미활동의 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많은 이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도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지난해 2월부터 12월 말까지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이용건수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총 상담건수는 1만3,301건이며 이 중 코로나19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를 상담한 사례는 593건(4.45%)이었다. 이 가운데 34.5%에 이르는 상담자들(204명)이 불안을 호소했으며 ▲우울(178명, 30%) ▲분노(142명, 24%) ▲불면(30명, 5%) ▲무기력(18명, 3%) 등의 증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극단적 선택의 충동을 느낀 상담자도 3.5%(21명)에 달했다.

상담 내용은 경제문제가 34%(201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외로움·고독도 30%(178명)에 이르렀다. 뒤이어 직장문제 21%(124명), 가정문제 8%(48명), 대인관계문제 5%(30명), 학업문제 2%(12명) 순이었다. 상담을 통해 발견된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자살예방)센터를 통한 심층상담으로 연계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문자 발송을 통해 필요 시 상담 요청을 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류영철 도 보건건강국장은 “보건방역과 더불어 도민들의 심리방역 또한 세심하게 살피겠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정신건강의 어려움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만큼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언제든지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1577-0199)에 상담해 달라”고 당부했다.

 

글=남정식 기자(rlaqudgjs9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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